UPDATED. 2024-04-27 19:25 (토)
[짬통야담] 친절한 순자씨! "이럴려고 그랬나"
상태바
[짬통야담] 친절한 순자씨! "이럴려고 그랬나"
  • 이정형
  • 승인 2024.03.23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에 가서 쉬고 오세요^^" 순자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낯설다. K는 ㄷ자 매장의 중간 위치인 9번 테이블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 대화동 장어집은 손님 발길이 뜸하다. 주말에는 낮 시간에도 매장이 북적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21번 테이블 후문 앞 테이블에 앉은 젊은 2쌍의 웃음소리가 정적을 깬다. 순자의 사위가 친구와 부부동반 모임 중이다.

"히터 틀어 놓고 한잠 자고 오세요!" 석쇠에 장어를 올려둔 순자의 목소리는 더 싹싹해졌다. 

매장 후문을 이용하기 어려워 정문을 통해 한바퀴 돌아서 간 주차장. 2월 중순, 승합차 안은 아직 공기가 싸늘하다.

히터를 틀고 의자는 일자로 젖히고 누웠다. 잠은 오지 않고 더 뒤숭숭해진다.

다시 매장으로 돌아와 아까 그 자리에 앉았다.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딸이 앉은 테이블로 가는 순자의 손에는 소고기 주물럭 접시가 들려 있다.

"맥주 마시러 가자"는 말이 들린다. 두 부부는 화색이 도는 얼굴로 2차를 의논하는 모습이다. 

살짝 포스를 찍어 봤다. 21번 테이블 주문 현황에 소고기 주물럭은 보이지 않는다.

"장어는 키로 수를 제대로 올렸을까?" 의심이 생긴다. "이러려고 그랬었나" 싶기도 하다. 주방에서 일하는 A는 "집에 식재료 가져 가는 건 보통"이라고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