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17:10 (토)
[짬통야담] 7080은 아는 '머슴밥'...저희도 생선 먹고 싶어요!
상태바
[짬통야담] 7080은 아는 '머슴밥'...저희도 생선 먹고 싶어요!
  • 이정형
  • 승인 2024.03.18 08: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숙표 배추쌈이네" 서빙카트에 올려진 찐배추를 본 순자가 또한번 비아냥거린다. 혹시 눌러붙을까 해서 물을 많이 부은 탓에 물러버린 거다.

오후 2시에 차린 장어집 직원들의 점심상이다. 반찬은 배추쌈에 강된장. 어제는 콩나물국이었다. 그저깨는 라면.

"옛날에 이렇게 먹었어요!" 50대 중반의 창수는 시골에서 자란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여름날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둘러앉아 상추쌈 하나에 '고봉밥'을 비우던 풍경이다. "여름엔 찬물에 밥 말아서 고추장에 멸치 찍어 먹을 거 같네."

"풋고추도 먹고." 손님상을 함께 치우던 숙희가 큭큭거린다.

순자가 직접 상을 차리는 날이 있다. 일찍부터 생선을 굽고, 비빔밥에 넣을 고명을 정성스레 준비한다. 사장이 오는 날이다. 

순자는 이곳 매장이 생길 때부터 일했다. 사장이 운영 전반을 맡길 정도로 믿는 사람이다.

"창수씨, 돈 좀 융통해주면 안될까?" 일을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시기에 두 번 들은 얘기다. 얼마전에 들어온 알바 아주머니까지 누구나 들어본 부탁이다. 모두들 "사장에게 줄 돈"이라고 안다.

맛나게 밥을 먹는 사장을 보며 창수는 또하나의 추억을 소환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삼촌들까지 한방에서 식사하던 때였다. 엄마와 숙모는 부엌에서 먹었다.

창수는 따로 차린 할아버지와 할머니 상에서 먹었다. 통통한 생선구이를 먹고, 살점 많은 고깃국을 먹는 특혜를 입는 기회였다.

영숙은 창수를 위해 밥 공기 하나를 더 가져왔다. "10시까지 못먹으니 든든하게 드셔." 고맙기도 하고, 시장기도 돌지만 '머슴밥' 같아서 우울한 표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