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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신도시' 주민자치회...'토착권력' 견제하고 '이주민' 대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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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신도시' 주민자치회...'토착권력' 견제하고 '이주민' 대변해야
  • 이정형
  • 승인 2023.09.29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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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신도시 주민자치회, 토착민-외지인 갈등 조정 기구 필요

'마실오던' 가좌마을...스토리에 끌렸다

일산신도시 시민, 가좌동 주민이 된 지 십년입니다. 처형 둘이 살아서 알게 된 동네입니다. 자유로에서 가까운 마을 초입의 단지만 수년째 다니면서 이런 외진 곳에 왜 왔을까 싶었죠. 음식점도 자주 가지 않아서 곳곳을 파악하지도 못했구요.

조카 아이가 가좌초등학교 자랑을 하더군요. 선생님들이 열성적이고, 급식도 맛난데다, 시설도 잘 갖춰진 거 같았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에 가서 상담했는데 만족해 했구요.

살던 집을 비워줘야 할 3월 31일에만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가 있었습니다. 이사 날짜 때문에 수개월째 새 주인을 못만나고 있더군요.

주인은 가좌지구 개발 청사진을 보고 입주했다고 들었습니다. 서울 광화문 부근 **고등학교에 근무했고, **그룹 회장이 제자라고 했구요.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큰 아들은 민사고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비리그에 진입했고, 둘째는 김포외고를 거쳐 서울대에 입학한 집입니다.

잔금을 치르던 날, "부근에 청국장 맛집이 있다"는고 알려주더니 "집에 잠시 앉았다 가도 되겠냐"고 묻더군요. "여기가 어떤 집인지 아냐"고, "잘 해야 한다"며 우리 아이들 손을 꼭 잡았습니다. 

작약 네 그루를 넘겨 받았습니다. 홀로 떨어져 서있던 한 그루를 실수로 뽑아 버려서 마음이 아립니다. 이듬해인가 새 그루가 올라와 위안이 되었지만요.

떠나고 싶을 때, 주민자치위원 됐네

이번에 주민자치회 위원이 되었습니다. 이웃들의 권유가 있어 신청했는데, '뽑기 운'이 있었네요. 이사를 고민하고 있는데, 있는 동안은 책임을 다해야겠죠.

고양시 조례를 보니, "주민자치회는 주민의 자치활동 강화에 관한 사항을 수행하는 조직"이군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봉사 또는 주민의 문화·후생복지 증진 등을 위해 활동하구요.

"동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고 항상 거주하는 사람"만 자격이 있는 게 아니네요. 동에 주소를 둔 사업장 종사자나 학교, 기관, 단체 임직원도 가능합니다.

가좌동에 살면서 숙원 사업이 전철역 유치라는 걸 알았습니다. 도움이 되고 싶어 '미약한' 신문에 '조악한' 필력이지만, 기사도 여러번 썼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간 갈등과 반목을 봤고, 신문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고양시가 잘못했는데, 주민 간에 싸워

다툼의 근원은 고양시에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가좌지구 개발 계획을 원안 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입주가 시작된 2002년 신문에는 일산선 가좌역이 2005년에 들어선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JDS 개발 청사진에는 현실적인 실행 방침보다 미사려구가 넘칩니다. 표심을 사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지, '개발 로또' 추억을 잊지 못하는 기득권 세력과 유착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난해 1월 송산동에서 분동된 이후 출범한 가좌동 주민자치회도 운영의 난맥상을 보여왔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폭력 위협이 벌어져 고양시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불신의 골이 깊은 구조와 독단적 운영 향태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봅니다.

법곳동 축사 문제를 대처하는 모습은 주민자치회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합니다. 건축 허가의 적법성을 주장하며, 주민들의 반대 시위를 비난했습니다. 건축주 입장도 생각해줘야 한다는 온정론을 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도농복합구조...토착지주와 외지민간 갈등 유발

이는 가좌동의 도농복합적 구성이 원인이라고 봅니다. 행정동명으로 가좌동과 구산동 토지 중 아파트 단지는 일부입니다. 

지난달 2일 행정안전부의 법정동 주민등록 인구수는 가좌동 1만6999명(남 8324명, 여 8675명), 구산동 1855명(남 1031명, 여 824명)입니다. 가좌동 중에서 아파트 외 자연부락 인구는 소수입니다.

처음 입주시기부터 가좌마을 발전을 위한 주민들의 목소리는 컸습니다. 3호선 연장이 대표적이며, JDS지구 개발을 기대하는 눈망울도 큽니다.

투쟁이든 협상이든, 앞열에는 아파트 거주민들이 섰죠. 시장, 국회의원에게 개발 계획 추진을 독려한 이들이구요. 주민들을 지원하는 지주들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러한 요구가 실현되면 가장 큰 이득은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소박한' 기쁨을, 땅값이 치솟는 '로또'에 비교가 될까요?

'토박이' 시의원-공무원, 외지민보다 고향사람 챙겨

지역을 대표하는 시의원 자리는 이곳 토박이들이 맡아왔습니다. 타지에서 이주한 주민들은 '정당' 보고 한표를 행사해 그들을 도왔습니다. '알량한' 정치의식 아니면, '대의 위한' 자기희생으로 봐야 할까요?

의회에 입성한 송포초등학교 동문들은 고향 어르신, 선후배들 챙기는 게 우선이었죠. 어려운 농업 사정에 농민들 입장 챙겨주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고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될 지역에서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외치고, 신축 허가도 묵인하는 건 심하죠. 사업주의 경제권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신박한' 논리로 환경권 목소리를 막으려 하다니요.

표는 아파트 사는 외지인들이 줬는데, 과실은 농민과 토착 지주들에게 돌아간 꼴 아닌가요. 

땅 보상 '대박' 노리는 토착 지주들, 신도시 청사진 고민도 좀!

70년대 강남이 개발될 때 땅 보상으로 벼락부자가 된 노인 몇분은 이랬답니다. "우리 돈도 많은데 뭘 할까", "금목걸이나 하나씩 해보자". 순금으로 꿴 목걸이를 차고 영동길을 활개치고 다녔다더군요. 

일산에서는 최중심 상권, 라페스타 주점에서 옆자리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보다 엄마 돈이 더 많아", "저 앞에 술집 사장, **초등학교 나왔쟎아".  오십대 중반쯤 되는 남자들이 나누는 대화더군요. 신도시 개발 시기에는 20대였겠죠.

비싼 차 몰고 폼나게 사는 인생도 즐겁고, 땅 보상으로 대박 누린 추억을 다시 잡고 싶겠지만. 새보금자리 찾아온 이웃들과 함께 미래 청사진을 고민하는 모습이 더 멋지지 않을까요.

자연부락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품 판매 행사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상생! 멋진 말입니다. 협력! 보람있죠.

주민자치회 교육 영상에 등장하는 일산동구 풍산동 사례는 배울만합니다. 한쪽은 '재주 부리는 곰', 다른쪽은 '돈받는 왕서방'이 되는 동네에서는 어렵겠지만요.

주민자치회 독단적 운영...마을공동체 위협하는 공룡 될라

주민자치회 조직과 운영 상태부터 점검이 필요합니다. 회장은 당연직인데, 부회장 역할은 뭔가요? 감사가 있는데, 자금 집행 내역은 정확히 공개하나요? 

조례는 "자치회장은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따른 수입과 지출내역을 포함한 운영결과보고서를 매년 1월 31일까지 동장을 경유하여 시장에게 보고하고 행정복지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올해 초에 물어보니 행정복지센터 담당 직원은 이 규정을 모르더군요. 그후 6월 26일자로 "2022년도 가좌동 주민자치센터 운영결과보고" 자료가 게시되었구요.

기획-홍보, 문화-예술, 지역개발 활성화, 행복-나눔 등 분과가 있는데, 고유한 사업 영역이 뭔가요? 주민들에게 활동 보고는 하고 있나요?

아파트 입주민과 자연부락 거주민의 입장 차이를 공론화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할 부서가 있어야 합니다. 회장의 마인드가 한편에 치우친다면, 부회장은 이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장이 이런 것도 마음대로 못해"라는 독단적 사고방식은 배척되어야 합니다. 마을공동체를 훼손하고 발전을 가로막는 공룡을 키운다면, 동네 전체의 수치가 될 겁니다.

주민자치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주민 전체에게 공개돼야 합니다. 폭력 행사 같은 사고가 일어나면 주민총회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사업 여부를 확인한다는 전제 하에서 주민자치회가 대변기구로서 위상을 갖는 겁니다.

혹시라도 축사 건축을 원하는 지주나 가축사육업자가 주민자치회에 동의를 구했을 때, 자체적으로 판단해 수용한다면 배임, 권력남용이 될 것입니다.

생각나는 대로 주절주절 떠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투명한 의사 결정', '공정한 자금 집행', '누구나 알 수 있는 업무 집행'이 실천되는 주민자치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글. 프리스탁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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