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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 비평] 비상장주식 투자, 뉴스에 혹하기 전에 기업부터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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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 비평] 비상장주식 투자, 뉴스에 혹하기 전에 기업부터 살펴야
  • 이정형
  • 승인 2023.08.2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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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주식, 물음표로 시작하는 장기투자. 장물시장 두번째 방송입니다.

장외주식시장은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기업의 주식 거래 공간입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업 내용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모인 부족한 시장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금융투자협회의 장외주식시장 거래 종목들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K-OTC시장 대장주는 SK에코플랜트이며, LS그룹의 LS전선이 뒤를 잇습니다. 시가총액 3위 세메스는 삼성전자가 91.54% 지분을 가진 반도체장비 기업입니다

SK에코플랜트는 시가총액이 3조원에 육박합니다. 코스피시장 종목인 GS건설이 1조2천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겠죠.

LS전선과 세메스도 1조원이 넘습니다. 4천억원대인 넷마블네오는 넷마블이 최대주주인 게임 개발업체이구요. 포스코이앤씨, 삼성메디슨 등 대기업 이름을 앞에 건 종목들도 눈에 띕니다.

하지만, 올해 K-OTC시장에서 거래대금 메달권에 들어간 종목들은 이들이 아닙니다.

1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종목별 거래대금을 보면, 비보존이 1500억원에 가깝습니다. 이어서 아리바이오가 1300억원을 넘겼으며, 카나리아바이오엠은 820억원 가량입니다.

비상장주식 거래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이 16일 오전에 인기 거래종목 리스트를 공개했습니다. 두나무, 에이피알, 오톰, 야놀자, 오아시스가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비상장주식 호가게시판 38커뮤니케이션이 14일 선정한 52주 최고 상승률 종목들은 또 다릅니다. 디앤디파마텍, 케이웨더, 오아시스, 비바리퍼블리카, 유진테크놀로지가 상위 5위권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38커뮤니케이션에서는 실제 거래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어 거래대금은 파악되지 않구요.

이와 같이 시장마다 인기 종목은 다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목적은 하나로 모아집니다. 추후 상장시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을 보는 안목이 시장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런 기대가 무너지는 경우도 자주 벌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공모가가 정해지거나 상장 후 상승세를 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불을 붙이는 뉴스에도 물음표가 필요합니다. 기자들은 일어난 상황을 그대로 전할 수는 있어도 드러나지 않은 이면까지 뚫어보기는 어렵습니다.

실례로, K-OTC시장에서 거래되는 인동첨단소재를 들어보겠습니다. 올해초 볼리비아에서 2차전지 소재인 리튬 채굴권을 확보했다는 기사가 이어진 회사입니다.

주가가 급등하고 거래량은 급증했죠. 하지만 볼리비아측에서 부인하는 기사가 나가고, 대표이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가는 고꾸라지고 언론의 관심에서도 멀어졌지만, 투자자들의 손실을 누구도 돌아보지 않습니다.

비보존은 지난 2월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VVZ-149)의 임상3상 결과가 언론을 탔습니다.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발표 내용이 과장됐다는 한 언론의 보도가 뒤따르면서 열기는 급속도로 식었습니다.

장외주식 전문가들은 비상장주식 거래플랫폼에서 거래되는 기업에는 기본 점수를 부여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세무 업무에서도 거래 시세는 비상장기업 가치 평가에 활용됩니다.

하지만 지나친 믿음은 낭패를 부를 수도 있습니다. 장외시장에서는 한두주 거래로 시세가 조정되거나 거래 없이 호가만 무성한 종목들도 많습니다.

이와 같은 장외주식시장의 혼란은 정보비대칭성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기업정보가 부족하고, 미래 예측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겁니다.

코스피, 코스닥이 백화점, 대형마트라면, 장외시장은 재래시장이라고 생각됩니다. 따져보고, 물어보며 좋은 물건을 고르는 진지함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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