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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스마트한' 노인회가 아파트 바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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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스마트한' 노인회가 아파트 바로 세운다!
  • 김선호
  • 승인 2023.07.06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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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보조금 및 입주민 지원금 회계 괸리 투명성 강화, 단지 내 전체 노인들 지원책 필요

'부녀회'가 사라진 아파트 단지에서 '노인회'가 주목받는다. 입주자대표회의와 함께 단지 내 살림을 맡아온 부녀회가 이권 개입을 비롯한 분란에 휩싸이고 참여율도 떨어지면서 대다수 단지에서 명맥이 끊어진 뒤로, '외롭게' 자리를 지키는 비공식단체이다.

아파트 노인회는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고 어려운 이들에게 따뜻한 정을 베푸는 모습으로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한편으로, 과거와는 달라진 시대상을 좇아가지 못하는 행태로 자식 손주뻘 입주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ㅣㅇ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이 지난 5월 8일 (사)대한노인회 고양시 3개구 지회와 소통간담회를 실시했다.

올해 대한노인회가 모범경로당으로 선정한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두산위브아파트 경로당을 보면, 회원 48명이 지역 내 봉사활동과 도로 주변 환경정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매월 회의를 열어 회계괸리와 경로당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운영 방식은 '익숙한' 노인 이미지를 깨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예술제에 참가해 대상을 받기도 했다. 

대한노인회 충남 홍성군지회는 지난달 홍북읍 중흥아파트경로당에 모범 경로당 현판을 걸어줬다. 경로당 보조금 회계관리, 운영규정 준수 정도, 경로당 회원관리, 프로그램 보급 우수, 경로당 활성화, 회원 증대,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같은 6월, 경북 김천시 아포덕일한마음아파트노인회 15명의 어르신들은 아파트 화단과 철도용지 주변 환경정비에 나서 쓰레기와 불법 광고물을 수거했다. 

지원금 용도 파악 안되고 지출 증빙도 부실, 노인정은 특정 소수가 독점

노인회를 보는 아파트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곳도 있다.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게시판에서는 매월 광고 등 잡수입 현황과 지출 내역이 게시되는데, 먼저 눈길을 잡는 게 노인회 지원금 30만원이다.

80대 노모를 모시고 고등학생 아들 둘을 둔 입주민 최 씨(50대)는 어머니와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어머니도 노인정에 가셔서 친구도 사귀고 놀다 오시지 그러세요?" "아휴 거기는 불편해"

최 씨의 노모가 찾는 곳은 동네 세탁소와 단지 내 나무그늘이다. 어울리기 편한 할머니들과 얘기를 나누고, 각자 집에서 챙겨온 밥, 반찬을 펼쳐 식사 하는 재미가 노인정보다 좋다고 한다.

78세 김 씨 할머니는 한달 3천원의 노인회 회비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병치레가 잦은 며느리 약값에 손녀 둘 학원비 대느라 빠듯한 살림에 손벌리기가 힘든 것.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도 노인회가 불편하다. 지원금 30만원에 대한 지출증빙이 필요한데 영수증은 제대로 제출되지 않고 지출목적이나 내역도 분명치 않다. "부모님 용돈 주면서 영수증 받냐"는 꾸지람을 듣는다는 거다.

거기다 관리사무소 옆 열평 남짓한 아파트 공유지는 직원들이 채소를 심어 노인회에 제공한다. 노인회 명단은 없고, 특정 소수 어르신들만 모습을 보이는 공간이라 어느집 식탁에 올라가는지 확인도 어렵다.

"고스톱 치는 멤버 3명에 광파는 사람 2명이 전부"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듣는 노인회인데, 정작 입주민들은 돌아가는 사정을 잘 모른다. 비회원 노인들은 알아도 모른체 고개를 돌리면서 "명절때면 자기들끼리만 선물을 나눠 갖는다"고 푸념하는 실정이고.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동대표 A씨는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노인 현황을 조사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기존 노인회 명단과 비교해 전체 노인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지원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동대표 B씨는 "명실상부 노인회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존틀을 혁신해야 하는데, 현재 노인회는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노인회장 가정에서 보유한 사업용버스를 수년째 단지내 주차장에 세워 두고도 관리사무소의 간섭 한번 받지 않아온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기는 어렵다는 속뜻이 있다.

B씨는 "노인을 공경하는 정신은 우리나라 전통이지만, 보다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계 처리의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증빙자료가 정확히 갖춰지지 않고, 다수에게 돌아가지 않는 용도라면 지원금 지급을 보류하고,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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