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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노인회비' 못내는 어르신들, '명절선물'도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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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노인회비' 못내는 어르신들, '명절선물'도 못받아
  • 김선호
  • 승인 2023.06.23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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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회비 내고 노인회 가입한 어르신만 지원금 혜택, 명절선물 받아
• "아파트 단지 전체 노인수 파악해 고른 지원해야"
• 고양시 아파트 노인회 회장, 지원금 횡령으로 70만원 벌금형

지난 13일 네이버 카페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에 노인회에 지급되는 운영비 관련한 글이 올라왔다. 

600세대 아파트 경로당에 구청에서 운영비가 지원되는데, 노인회 명단이 불투명하고 대금이 개인계좌로 지급된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게시물에는 "노인회가 아파트 잡수익이 빠지는 현금인출기가 된 형국"이라는 내용의 댓글도 달렸다.

대다수 아파트 단지에서는 노인회가 운영되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A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지출 내역. 노인회 지원금은 게시판 광고 수입 등 잡수입에서 지출된다.

일산서구 A아파트 단지의 경우, 노인정을 마련하고 매월 3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공유지 한 곳을 채소를 기르는 텃밭으로 이용하도록 허용한다.

보조금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상추나 고추가 어느집 주방으로 가는지는 관리사무소도 모르는 실정이지만, 이의를 제기하면 '부모님 봉양'을 모르는 '상×' 취급받는 분위기이다.

회계 처리를 따지면 "부모님 용돈 드리는데 영수증이 필요하냐"는 핀잔을 들을 수 있는 것.

한 사람이 장기집권하는 경우도 흔한데, 다 수긍하더라도, 소수가 독점하는 혜택에서 소외되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건 문제다.

아파트에 사는 50대 송씨는 얼마전에 단지 안 나무 그늘에 모여 각자 준비한 음식을 나눠 드시는 할머니들을 만났다.

"여기서 드시지 말고 노인정에 가시면 편하실 건데요?" 
"거기는 불편해서 안가요!" 

그 시간에 노인정 어르신들은 고스톱으로 재미난 시간을 보내고 계실 거라는 얘기도 들렸다.

"명절 선물은 받으셨죠?"
"연회비 3만6천원 내는 회원들끼리만 나눠가져요."
"한 사람이 두 개 들고 나가는 모습도 봤어요."
 
이 단지에 거주하는 노인 수는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에서 파악이 안되고 있다. 

송 씨는 "매월 복도 게시판에 공개되는 잡수입 및 지출내역을 보면 노인회지원금이 30만원씩 나가는데, 바로 윗층에 사시는 80대 노부부에게도 도움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해는 고양시 아파트 노인회 회장이 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사유로 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다. 자신이 관리하던 노인회 계좌에서 50만원을 인출해 손주 돌반지를 제작하고 90만원을 인출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A아파트 40대 동대표 최 씨는 "세대별로 노인들의 연령과 인원수를 파악해 고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노인회 지원 방식의 변화를 제안했다.

명절선물은 단지내 전체 노인들에게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증정하고, 지원금 중 일부는 기금으로 적립해 필요시 사용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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