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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징벌적 손해배상, 과연 효과적 구제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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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징벌적 손해배상, 과연 효과적 구제방법?
  • 이정형
  • 승인 2021.08.2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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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내용으로 한 언론중재법의 개정을 두고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미국 사회 배심원들의 언론에 대한 증오심의 결과로 시작됐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이다.

언론보도와 명예훼손의 문제는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인격권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며 발생하는 불가피한 일이고, 현행법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언론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의 공기(공적 기능의 기구)인 언론에게 형사책임까지 지게 할 경우,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중요 가치를 훼손할 수 있어 형법, 정보통신망법 등 법률이 명예훼손 처벌 조항을 두고 있으면서도 실제 적용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거나 미약했던 것이 현실이다.

결국 형사 처벌로 제재하는 일이 쉽지 않으니 민사적 방법을 통해 형사적 의미의 강한 제재, 즉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 책임을 지우겠다는 것이 취지이다.

그런데 법률의 제정, 개정은 그 목적이 분명해야 하며, 어떤 법률이 사회 현상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예방과 교정이란 두 기능을 함께 염두에 두고 입법해야 한다.

특히 명예훼손의 경우는 법익의 특성상 처음부터 교정 기능을 중심에 두고 접근했어야 할 것이다.

언론이 보도한 어떤 사실관계의 진실이 무엇인지, 법원을 통해 확인된 내용을 만인에게 신속히 공표함으로써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잡음(교정)이 먼저이다.

그리고 언론이 진실 확인을 위해 얼마나 성실했는가, 보도 피해자의 명예훼손의 회피나 회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에 따라 손해배상의 가중(징벌), 감경, 면책에 대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의 동기도 언론보도로 인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의 구제라는 전통적 의미가 아니라고 본다.

정보의 생산 및 유통 방식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매일 수없이 양산되고 있는 조작된 정보(dis-information)나 오정보(mis-information), 이른바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비용, 갈등 유발 요인을 줄여 보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입법부가 법개정을 하더라도 사법기관 등을 통해 가짜뉴스로 판별된 내용을 널리 알리는 교정 기능에 초점을 두고 그 구체적 방안을 찾는 방법으로 접근했어야 할텐데, 정작 이 부분 논의는 생략되고 ‘징벌적’이란 미국식 표현까지 써가며 불법행위 책임으로 배상액수만 부각시켜버린 것이다. 

언론개혁은 더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이 분명하지만, 예방기능으로서의 징벌은 어떤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고, 일종의 '겁주기'이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을 두고 언론 재갈물리기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린 대중들의 언론에 대한 증오심리에 편승한 일부 입법 추진자들의 사회적 숙의 노력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법무법인 코리아 (미디어전담)본부장 손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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