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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언론중재법 상정 철회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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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언론중재법 상정 철회를 보며
  • 이정형
  • 승인 2021.10.0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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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요란하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특위를 통해 재논의 하기로 했다고 한다. 다시 상정할 가능성을 차단한 것은 아니라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야당은 마치 '언론자유'를 수호한 '민주투사'처럼 목청 높이고, 대다수 언론이나 유관 단체들은 안도와 환영 일색이다. 

법 개정을 추진해온 여당은 그간 여러 논의과정에서 야당이나 시민단체들이 협조하지 않고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반대만 해왔다고 주장한다. 외관상으로는 맞는 말일지 모른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기사 열람차단청구권을 내용으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직접 이해관계가 얽힌 언론사나 유관 단체들이 동의할리 없고, 국회 의석수 면에서 압도적 다수인 여당에 가뜩이나 밀리고 있는 야당이 굳이 언론과 대척하면서까지 법 개정에 적극 나설리 없음은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다.

형식적으로야 야당이나 언론단체들의 반대가 개정안 상정 철회의 원인이겠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법안은 통과되기 힘들 것이다.

이번 법안의 실패 원인은 정부 여당과 입법 추진자들의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상황 인식 부족,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흥분한 대중들의 정서에 편승한 안이함이 가져온 결과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왜 이 시점에 우리 사회에서 언론개혁이 필요한지, 개혁 달성을 위한 조직과 제도는 무엇이고 추진하려는 개별 법안들이 전체 로드맵과는 어떻게 상호 연관돼 있는지 깊이 논의되고 그 과정이 널리 알려져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텐데, 이는 고스란히 개혁하려는 사람들의 몫일 뿐 개혁 대상이나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할 일은 아니다.

여당은 징벌제를 담은 언론중재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구제가 요원해진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손해배상이 피해구제 수단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이 분명치 않을 뿐더러 명예훼손 피해자에게는 올바른 사실관계가 밝혀져 하루 빨리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이다.

따라서 가짜뉴스가 문제라면 누가 얼마나 신속히 가짜뉴스를 판단하고 바로잡아 피해자의 피해 확산을 차단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할텐데, 정작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입법 추진자들이 함구하고 징벌제에 대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거론해 왔다.

무분별한 보도의 규제 측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 필요하지만, 피해자의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명예훼손에서 조작된 정보나 오정보에 대한 신속한 판단과 구제책을 빼고서 배상액수를 말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영미ㆍ대륙법 체계, 손해산정 기준, 가짜뉴스 개념, 악의, 중과실, 입증책임 전환 등 여당의 언론중재법안에 대해 알만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제기할 문제들조차 명쾌하게 정리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도 법안 성안 과정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가늠케 하며, 과연 지금의 민주당이 언론개혁 완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착수라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보여주기식 행정'을 '전시행정'이라고 한다. 언론개혁을 말하며 설마 여당이 전시입법을 시도한 것은 아닐 거라 믿는다.

손중석 법무법인 코리아 (미디어전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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